지난 1일 오후 5시 50분경, 경기도 평택에서 한 축산농민이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기도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근 출하를 앞두고 있는 젖소 25마리 가격이 폭락해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해왔다는 평택의 축산농민, 쇠고기 수입에 따른 소값 폭락 때문에 극단적인 길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이 축산농민의 자살기도 소식은 언론이나 포털에서 주요기사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SBS 8시뉴스에서 자막으로 스쳐 지나갔고 YTN에서 짧게 보도했을 뿐입니다. 또 < 민중의 소리 > 인터넷에 짤막하게 실렸습니다.
당시 포털 뉴스를 검색해도 이 짤막한 기사에 대한 YTN의 뉴스 목록만이 나와 있을 뿐이었습니다. 모든 언론과 포털사이트들이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3일 새벽, 그 축산농민은 사망했고 그제야 언론들은 이 소식을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평택 축산농민의 안타까운 사망소식 이틀 후인 지난 5일 전남 함평에서 40대 초반의 축산농민이 또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농가부채의 어려움을 딛고 축산으로 재기를 꿈꾸던 중 최근 수입개방에 따른 소값 폭락으로 좌절, 결국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넜습니다. 세 자녀와 아내까지 근심 걱정 없는 저 세상으로 데려가려고 농기계 수리용 둔기로 가족들을 내려쳐야 했던 축산농민의 심정,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단지 말로만, 심정으로만 이해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골에 계신 제 아버지께서도 소를 25마리 정도 키우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 가족, 우리집 즉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도 하니까요.
축산농민의 자살,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
소값 하락에 따른 농민들의 고충은 뉴스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소를 키우는데 드는 인건비는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송아지 원금, 사료비, 건초 등 10원 한 푼 남지 않더라도 본전은 찾아야 하는데 요즘 시세라면 밑지고 소를 팔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송아지를 사서 2년 동안 600kg까지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400만원 정도인데 지금 팔면 400만원을 못받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2년 동안 꼬박 직장 다니면서 10원 한 푼 못받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소득은 한 푼도 없고 출퇴근하면서 차비와 밥값만 없앴다고 가정했을 때, 그 심정이 어떨 것 같습니까? 2년 동안 말이지요. 죽고 싶은 심정 안 들겠습니까?
지난 주말, 할머니 제사 때문에 아버지께서 서울에 올라오셨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속이 답답해 지더군요. 소값 폭락도 문제지만 폭락한 가격으로도 소장사들이 소를 안 가져 간다는 것입니다. 더 떨어지기 전에 팔려고 해도 서둘러 내다 팔려는 축산농민들 때문에 출하물량만 많고 실거래가 안 되고 있다네요. 결국 거래는 별로 없고 계속 소값만 떨어진다는 애깁니다.
2008/04/22 - [Today's-issue] - 가락동은 지금 묻지마 한우 도축 '전쟁'
게다가 세계 곡물가격 인상으로 사료값도 대폭 인상된 상황이라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소들이 하루하루 먹는 사료마저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멀쩡한 황소 굶겨 죽일 수도 없고…. 그래서 저희 시골집은 하루 세 끼 주던 사료를 아침, 저녁 두 번으로 줄였습니다.
점심 때만 되면 소들이 배가 고파 아우성을 친다고 합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여섯 마리 정도의 소를 키우는 옆집은 출하할 소에게 하루 한 번만 사료주고 들판에 난 풀을 베어다 준다고 합니다. 가족의 중요한 생계수단이 이제 애물단지가 돼 버렸습니다.
소는 그동안 우리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생활의 근간이었습니다. 사실 곡식 농사는 가계에 별로 보탬이 되지 않았습니다. 곡식 농사는 가족, 친척들 먹을 양식 정도였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소를 여러 마리 팔아 떼돈을 번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예전 시세로 소 10마리 팔아 5천만원을 받았다고 하면, 송아지 10마리를 2500만원~3000만원 주고 사와야 합니다. 거기에 사료값, 건초, 약값 등 1천만원 이상 빠지게 되지요.
결국 2년 정도 키운 소 10마리 팔아봐야 인건비를 빼더라도 1천여만원 정도가 남는 것입니다.
일반회사 연봉과 비교한다면 정말 터무니없지만 그래도 많은 축산농민들은 이렇게 근근이 버텨왔습니다.
목욕을 여러 번 해도 가시지 않는 찌든 소똥냄새를 간직한 채 아버지도 평생 그렇게 소와 함께 살아오셨습니다.
"경제 살린다더니, 2개월 만에 나라 말아먹을 참이여"
엊그제 서울 올라오신 아버지께서 그러시더군요.
"기업하는 사람이 대통령 허면 안뎌, 경제 살린다고 혀서 나이 많은 농촌 사람들 죄다 찍어줬더니 2개월 만에 나라를 말아먹을 참이여."
갑자기 지난 주에 본 MBC 드라마 < 이산 > 의 한 장면이 생각합니다.
밭에서 면화를 불 태우고 있는 백성들을 본 정조(이산)가 신하로 하여금 그 이유를 묻자, 중국에서 들여온 값싼 면화 때문에 가격이 폭락해 태우는 것이라고 했지요. 정조가 어찌 그럴 수가 있냐고 묻자, 신하는 "면화를 키우는 백성들에게는 안 된 일이오나 많은 도성 사람들에게는 값싼 면화를 이용할 수 있어 좋은 면이 더 많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정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면화를 재배하며 먹고 사는 백성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그 수가 소수라 해도….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토록 하라."
모르긴 해도 지난 주 방영된 정조 이산의 위 멘트는 지금의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인 듯 싶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축산농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릴지 걱정됩니다.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이 버려져야 축산농민들을 위한 정부의 현실가능한 대책이 마련될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젊은 축산농부를 스스로 목숨 끊게 했는가
"우리 아들 어디 갔냐. 착한 아들 어디 갔냐. 소 키우다 목숨 갔네. 우리 며느리 불쌍해서 어찌 살까. 우리 손주 어찌 살꼬."
6일 오후 전남 함평군 나산면의 한 마을. 칠순을 넘긴 늙은 어미의 눈물은 이미 마를 대로 마른 상태였지만 곡소리는 그치질 않았다. 하루 전 아들 이아무개(41)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씨가 지었던 축사엔 소 한 마리 없이 건초만 무성했다.
이씨는 필리핀에서 온 부인(35)과 세 자녀에게도 둔기를 휘둘렀다. "다행히 네 명은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생활고에 지친 이씨가 가족과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상 착한 사람이었제. 여직(지금까지) 지 새끼들한테 손찌검 한 번 한 적을 본적이 없응께. 척추가 아파서 허리를 제대로 못 굽히는 장애는 있었지만 소 키우는 재미에 빠져 살았거든. 그란데 브루셀라병으로 소를 열두 마리나 파묻어불고 지 속이 얼마나 탔겄어."
이씨의 이웃에 살다 119에 이들의 비극을 처음으로 신고한 윤윤순(73) 할머니는 "짠해 죽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소를 네 마리 키우고 있다는 나종례(73) 할머니는 "이렇게 소값 계속 떨어져 가면 (소 키우는 사람들) 다 죽는다 하제"하며 이씨의 자살을 안타까워했다. 나 할머니는 "소값이 하도 낮아서 내다 팔도 못하고 비싼 사료값만 늘어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이장인 이관행씨는 "있어서는 안될 슬픈 이야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에 따르면 죽은 이씨는 논밭 1500평을 담보로 농자금을 받아 한우 27마리로 축산을 시작했다고.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장애가 있어 혼자 농사짓는 것은 무리였거든. 그래도 소는 힘 덜 들이고 그땐 수익도 괜찮았으니까…. 그런데 생소를 다 묻어 버렸으니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지. 자기 죽는 건 그만인데 '나 죽고 나면 한국말도 서툰 아내는 어떻게 자식들 키울 수 있을까'하는 비관에 가족끼리 같이 죽어 버리려 했겠지. 그런데 그 순한 사람이 자기 마누라 자식을 어떻게 세게 내리치겠어. 못하니까 그냥 다치기만 한 것이지."
마을회관 앞에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씨가) 소 때문에 죽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료값은 치솟고, 소값은 계속 떨어지고...
전남 함평 지역은 '함평천지 한우'로 유명하다. 그러나 < 오마이뉴스 > 가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손불, 나산, 월야, 함평읍 등에서 만난 거의 모든 축산농가들은 공통된 근심으로 한숨이 가득했다. ▲ 국제 곡물가 상승에 따른 사료값 폭등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화에 따른 소값 하락 등이 근심의 주범이었다.
이건실(60)씨는 30년 동안 축산업에 매달려왔다. 한때 젖소를 키웠던 이씨는 '젖소 파동' 이후 육우용 한우를 키우기 시작해 지금은 90마리를 키우고 있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하지만 이씨는 "갈수록 빚만 늘어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한다고 하니까 바로 소값이 떨어졌다. 송아지 사다가 키워서 비싼 값에 내다 팔 궁리를 하던 사람들도 미국산 고기 들어온다고 하니까 엄두를 못내는 거다. 소값은 계속 떨어져 내다 팔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소들 굶겨 죽일 수는 없으니까 사료를 줘야 하는데 사료값은 계속 올라가니 느는 건 빚뿐이지."
이씨는 하루 15~16포대의 사료를 주고있는데 한달 평균 사료값은 무려 500만 원에 이른다. 이씨는 "국제 곡물가가 상승해서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상승만 하고, 소값은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떨어지기만 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러다간 전체 축산농가가 다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산에서 사는 김동수씨는 나이 마흔에 한우 40마리를 키울 정도로 장래가 촉망받는 젊은 농군이다. 하지만 그도 요즘 "갈수록 버티기도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최고일 때 500만 원까지 받고 팔던 소를 350만 원 이하로 판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전부 빚이 되는 겁니다. 사료값은 내일 또 오른다고 하죠, 소값이 싸다 보니 거래는 이뤄지지 않죠, 미국 쇠고기는 들어온다고 하죠, 누가 전망도 없는데 소 키우려 하겠습니까?"
"송암마을에서 소 댓마리 키운다"는 신철현 할아버지는 "미국 미친 소나 검역 똑바로 할 일이지 한우 검역만 복잡하게 한다"고 볼멘소릴 했다. 소를 내다팔고 싶어도 한 달에 검역이 두 번 있는데 그때를 놓치면 또 한 달을 검사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검역일에 맞춰 각 축산농가에서 동시에 소를 내다 팔다 보니 소값도 공동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불에서 역시 한우 2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김아무개(43)씨. 김씨는 "지금도 한우만 쓴다고 광고하는 큰 식당에서 수입고기를 써서 맨날 방송에 나오는데 그보다 더싼 미국산이 들어오면 장사하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그것 쓸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계속 빚 져가면서 한우를 키워야 하는지 갈등이 많이 생긴다"면서 "정부가 사료값 보전 등 대책을 빨리 세워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방침이 전해진 후인 지난 22일 현재 한우의 도매가격은 1㎏당 평균 1만1929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16.3%나 떨어졌다. 하지만 사료값은 지난해에 비해 약 40~50% 정도 올랐다. 벌써 올해만 하더라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사료값이 인상됐고, 5월 초에 한차례 더 오를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축산농가의 줄도산을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축산농민의 자살기도 소식은 언론이나 포털에서 주요기사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SBS 8시뉴스에서 자막으로 스쳐 지나갔고 YTN에서 짧게 보도했을 뿐입니다. 또 < 민중의 소리 > 인터넷에 짤막하게 실렸습니다.
당시 포털 뉴스를 검색해도 이 짤막한 기사에 대한 YTN의 뉴스 목록만이 나와 있을 뿐이었습니다. 모든 언론과 포털사이트들이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행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3일 새벽, 그 축산농민은 사망했고 그제야 언론들은 이 소식을 단신으로 보도했습니다.
평택 축산농민의 안타까운 사망소식 이틀 후인 지난 5일 전남 함평에서 40대 초반의 축산농민이 또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농가부채의 어려움을 딛고 축산으로 재기를 꿈꾸던 중 최근 수입개방에 따른 소값 폭락으로 좌절, 결국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넜습니다. 세 자녀와 아내까지 근심 걱정 없는 저 세상으로 데려가려고 농기계 수리용 둔기로 가족들을 내려쳐야 했던 축산농민의 심정,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단지 말로만, 심정으로만 이해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골에 계신 제 아버지께서도 소를 25마리 정도 키우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 가족, 우리집 즉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도 하니까요.
축산농민의 자살,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
소값 하락에 따른 농민들의 고충은 뉴스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소를 키우는데 드는 인건비는 차치하고라도 최소한 송아지 원금, 사료비, 건초 등 10원 한 푼 남지 않더라도 본전은 찾아야 하는데 요즘 시세라면 밑지고 소를 팔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송아지를 사서 2년 동안 600kg까지 키우는데 드는 비용이 400만원 정도인데 지금 팔면 400만원을 못받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2년 동안 꼬박 직장 다니면서 10원 한 푼 못받았다고 생각해보세요. 소득은 한 푼도 없고 출퇴근하면서 차비와 밥값만 없앴다고 가정했을 때, 그 심정이 어떨 것 같습니까? 2년 동안 말이지요. 죽고 싶은 심정 안 들겠습니까?
지난 주말, 할머니 제사 때문에 아버지께서 서울에 올라오셨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속이 답답해 지더군요. 소값 폭락도 문제지만 폭락한 가격으로도 소장사들이 소를 안 가져 간다는 것입니다. 더 떨어지기 전에 팔려고 해도 서둘러 내다 팔려는 축산농민들 때문에 출하물량만 많고 실거래가 안 되고 있다네요. 결국 거래는 별로 없고 계속 소값만 떨어진다는 애깁니다.
2008/04/22 - [Today's-issue] - 가락동은 지금 묻지마 한우 도축 '전쟁'
게다가 세계 곡물가격 인상으로 사료값도 대폭 인상된 상황이라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소들이 하루하루 먹는 사료마저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멀쩡한 황소 굶겨 죽일 수도 없고…. 그래서 저희 시골집은 하루 세 끼 주던 사료를 아침, 저녁 두 번으로 줄였습니다.
점심 때만 되면 소들이 배가 고파 아우성을 친다고 합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여섯 마리 정도의 소를 키우는 옆집은 출하할 소에게 하루 한 번만 사료주고 들판에 난 풀을 베어다 준다고 합니다. 가족의 중요한 생계수단이 이제 애물단지가 돼 버렸습니다.
소는 그동안 우리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생활의 근간이었습니다. 사실 곡식 농사는 가계에 별로 보탬이 되지 않았습니다. 곡식 농사는 가족, 친척들 먹을 양식 정도였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소를 여러 마리 팔아 떼돈을 번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예전 시세로 소 10마리 팔아 5천만원을 받았다고 하면, 송아지 10마리를 2500만원~3000만원 주고 사와야 합니다. 거기에 사료값, 건초, 약값 등 1천만원 이상 빠지게 되지요.
결국 2년 정도 키운 소 10마리 팔아봐야 인건비를 빼더라도 1천여만원 정도가 남는 것입니다.
일반회사 연봉과 비교한다면 정말 터무니없지만 그래도 많은 축산농민들은 이렇게 근근이 버텨왔습니다.
목욕을 여러 번 해도 가시지 않는 찌든 소똥냄새를 간직한 채 아버지도 평생 그렇게 소와 함께 살아오셨습니다.
"경제 살린다더니, 2개월 만에 나라 말아먹을 참이여"
엊그제 서울 올라오신 아버지께서 그러시더군요.
"기업하는 사람이 대통령 허면 안뎌, 경제 살린다고 혀서 나이 많은 농촌 사람들 죄다 찍어줬더니 2개월 만에 나라를 말아먹을 참이여."
갑자기 지난 주에 본 MBC 드라마 < 이산 > 의 한 장면이 생각합니다.
밭에서 면화를 불 태우고 있는 백성들을 본 정조(이산)가 신하로 하여금 그 이유를 묻자, 중국에서 들여온 값싼 면화 때문에 가격이 폭락해 태우는 것이라고 했지요. 정조가 어찌 그럴 수가 있냐고 묻자, 신하는 "면화를 키우는 백성들에게는 안 된 일이오나 많은 도성 사람들에게는 값싼 면화를 이용할 수 있어 좋은 면이 더 많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정조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면화를 재배하며 먹고 사는 백성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그 수가 소수라 해도….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시행토록 하라."
모르긴 해도 지난 주 방영된 정조 이산의 위 멘트는 지금의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인 듯 싶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축산농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릴지 걱정됩니다.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이 버려져야 축산농민들을 위한
누가 젊은 축산농부를 스스로 목숨 끊게 했는가
"우리 아들 어디 갔냐. 착한 아들 어디 갔냐. 소 키우다 목숨 갔네. 우리 며느리 불쌍해서 어찌 살까. 우리 손주 어찌 살꼬."
6일 오후 전남 함평군 나산면의 한 마을. 칠순을 넘긴 늙은 어미의 눈물은 이미 마를 대로 마른 상태였지만 곡소리는 그치질 않았다. 하루 전 아들 이아무개(41)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씨가 지었던 축사엔 소 한 마리 없이 건초만 무성했다.
이씨는 필리핀에서 온 부인(35)과 세 자녀에게도 둔기를 휘둘렀다. "다행히 네 명은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마을 주민들은 생활고에 지친 이씨가 가족과 함께 동반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세상 착한 사람이었제. 여직(지금까지) 지 새끼들한테 손찌검 한 번 한 적을 본적이 없응께. 척추가 아파서 허리를 제대로 못 굽히는 장애는 있었지만 소 키우는 재미에 빠져 살았거든. 그란데 브루셀라병으로 소를 열두 마리나 파묻어불고 지 속이 얼마나 탔겄어."
이씨의 이웃에 살다 119에 이들의 비극을 처음으로 신고한 윤윤순(73) 할머니는 "짠해 죽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소를 네 마리 키우고 있다는 나종례(73) 할머니는 "이렇게 소값 계속 떨어져 가면 (소 키우는 사람들) 다 죽는다 하제"하며 이씨의 자살을 안타까워했다. 나 할머니는 "소값이 하도 낮아서 내다 팔도 못하고 비싼 사료값만 늘어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을 이장인 이관행씨는 "있어서는 안될 슬픈 이야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에 따르면 죽은 이씨는 논밭 1500평을 담보로 농자금을 받아 한우 27마리로 축산을 시작했다고.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장애가 있어 혼자 농사짓는 것은 무리였거든. 그래도 소는 힘 덜 들이고 그땐 수익도 괜찮았으니까…. 그런데 생소를 다 묻어 버렸으니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지. 자기 죽는 건 그만인데 '나 죽고 나면 한국말도 서툰 아내는 어떻게 자식들 키울 수 있을까'하는 비관에 가족끼리 같이 죽어 버리려 했겠지. 그런데 그 순한 사람이 자기 마누라 자식을 어떻게 세게 내리치겠어. 못하니까 그냥 다치기만 한 것이지."
마을회관 앞에 삼삼오오 모여든 주민들은 한결같이 "(이씨가) 소 때문에 죽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료값은 치솟고, 소값은 계속 떨어지고...
전남 함평 지역은 '함평천지 한우'로 유명하다. 그러나 < 오마이뉴스 > 가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손불, 나산, 월야, 함평읍 등에서 만난 거의 모든 축산농가들은 공통된 근심으로 한숨이 가득했다. ▲ 국제 곡물가 상승에 따른 사료값 폭등 ▲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화에 따른 소값 하락 등이 근심의 주범이었다.
이건실(60)씨는 30년 동안 축산업에 매달려왔다. 한때 젖소를 키웠던 이씨는 '젖소 파동' 이후 육우용 한우를 키우기 시작해 지금은 90마리를 키우고 있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다. 하지만 이씨는 "갈수록 빚만 늘어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한다고 하니까 바로 소값이 떨어졌다. 송아지 사다가 키워서 비싼 값에 내다 팔 궁리를 하던 사람들도 미국산 고기 들어온다고 하니까 엄두를 못내는 거다. 소값은 계속 떨어져 내다 팔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래도 소들 굶겨 죽일 수는 없으니까 사료를 줘야 하는데 사료값은 계속 올라가니 느는 건 빚뿐이지."
이씨는 하루 15~16포대의 사료를 주고있는데 한달 평균 사료값은 무려 500만 원에 이른다. 이씨는 "국제 곡물가가 상승해서 사료값은 천정부지로 상승만 하고, 소값은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떨어지기만 하는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러다간 전체 축산농가가 다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산에서 사는 김동수씨는 나이 마흔에 한우 40마리를 키울 정도로 장래가 촉망받는 젊은 농군이다. 하지만 그도 요즘 "갈수록 버티기도 힘들다"고 하소연을 했다.
"최고일 때 500만 원까지 받고 팔던 소를 350만 원 이하로 판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게 전부 빚이 되는 겁니다. 사료값은 내일 또 오른다고 하죠, 소값이 싸다 보니 거래는 이뤄지지 않죠, 미국 쇠고기는 들어온다고 하죠, 누가 전망도 없는데 소 키우려 하겠습니까?"
"송암마을에서 소 댓마리 키운다"는 신철현 할아버지는 "미국 미친 소나 검역 똑바로 할 일이지 한우 검역만 복잡하게 한다"고 볼멘소릴 했다. 소를 내다팔고 싶어도 한 달에 검역이 두 번 있는데 그때를 놓치면 또 한 달을 검사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검역일에 맞춰 각 축산농가에서 동시에 소를 내다 팔다 보니 소값도 공동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손불에서 역시 한우 20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김아무개(43)씨. 김씨는 "지금도 한우만 쓴다고 광고하는 큰 식당에서 수입고기를 써서 맨날 방송에 나오는데 그보다 더싼 미국산이 들어오면 장사하는 사람들이야 당연히 그것 쓸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계속 빚 져가면서 한우를 키워야 하는지 갈등이 많이 생긴다"면서 "정부가 사료값 보전 등 대책을 빨리 세워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방침이 전해진 후인 지난 22일 현재 한우의 도매가격은 1㎏당 평균 1만1929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16.3%나 떨어졌다. 하지만 사료값은 지난해에 비해 약 40~50% 정도 올랐다. 벌써 올해만 하더라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사료값이 인상됐고, 5월 초에 한차례 더 오를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축산농가의 줄도산을 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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