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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숭례문 국민성금 복원 제안 부적절하다
국보 1호 숭례문이 처참하게 불에 타버린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복원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은 “이른 시간 내 복원을 해 국민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야 한다”며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복원하자”고 제안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전보다 더 아름답고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것”이라며 “실측도면 182장을 기본으로 복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요컨대 실측도면을 준비해놓았기에 복원을 자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 모두가 보물을 잃은 참담한 심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왜 이렇게 복원부터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화마(火魔)의 흔적을 물로 씻고, 그 자리에 똑같은 모양의 건축물을 세운다고 해서 국민의 아픔도 함께 씻어지는 것은 아니다. 외양만 번듯하게 지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는 전형적인 개발주의다. 문화재 보호가 존재의 이유인 문화재청마저 그런 개발주의 발상에 젖어있다는 게 개탄스럽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외양의 복원이 아니라 사고의 경위를 찬찬히 되짚는 성찰의 시간이다. 600년 이어온 역사를 한순간에 날린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 하나하나 밝혀 후세의 교훈으로 삼는 일이다. 경찰이 방화 용의자를 잡았다고는 하나 69세 된 노인이 국보 1호를 불태우도록 방치한 근본 책임은 마땅히 당국에 있다. 그런데도 문화재청은 소방방재청에, 소방방재청은 서울 중구청에, 중구청은 다시 문화재청에 책임을 떠미루고 있다. 복원은 책임의 경중을 가리고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세운 뒤에 해도 늦지 않다.
한계레 만평
이 당선인이 복원에 드는 비용을 국민 성금으로 충당하자고 제안한 것도 부적절하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정부가 관리를 잘못해 발생한 손실을 국민의 부담으로 메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숭례문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국민 모두의 정성을 담는 의미는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성금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낼 때 의미가 있다.
서울만평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촉구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우려가 있다.
대통령 당선인이 모금을 독려하면 아마 공직자와 기업인들은 다투어 봉투 들고 줄을 설 것이다.
이런 성금 행렬을 TV에서 비춰주는, 그런 구시대적 풍경은 더이상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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